고요한 안식이 있는 필그림하우스에 다녀 온 이야기를 나누는 공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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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원 목사님께

필그림하우스
2025-02-16

이동원 목사님께 


안녕하세요. 처음으로 인사드립니다. 저는 비홀드출판사의 설지원 대표입니다. 저희 비홀드는 "보라 내가 속히 오리니"(Behold, I am coming soon! 계 22:7,12)라는 말씀 위에 세워진 기독교출판사로 문서사역을 통하여 '복음의 길'을 개척하고 '좋은 길'을 함께 걸으며 '다시 오실 주의 길'을 예비하는 곳입니다. 

목사님께 기쁜 마음으로 전해드리는 저희 신간은 천로역정을 주의 말씀과 함께 깊이 묵상할 수 있도록 구성하여 다시 십자가를 향한, 다시 저 천성을 향한 믿음의 걸음을 굳게 하는 사순절 묵상집입니다. 살 소망이 끊긴 자리에서라도 부활이요 생명이신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소생되어 목자되신 주님을 따르고, 마침내 저 천국에서 함께 만나길 바라는 간절한 마음을 담아 만들었습니다. 


목사님, 실은 지금 아주 많이 떨립니다. 목사님은 제게 진정으로 감사한 분이시고, 목사님께서 믿음으로 품고 세우신 필그림하우스는 제가 이 세상에서 만난 가장 아름다운 곳이기 때문입니다.


십여 년 전, 삶의 의미를 잃고 죽음을 묵상하는 한 자매님이 있었습니다. 그 환경에서 분리되어 주님 안에서의 쉼이 절실해 보였기에 필그림하우스를 예약해드렸었는데, 이후 놀랍게 회복 되어 돌아와 지금은 많은 이들을 품는 리더로서 지체들을 섬기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일이 잊혀질 때즈음 저는 비홀드라는 출판사를 세우게 되었습니다. 당시 아픈 몸으로 아무 형태도 공간도 없이 비홀드라는 이름 하나와 주님의 말씀을 붙들고 출판사를 등록했습니다. 그런데 출판보다 희귀병을 앓는 가난하고 병든 이들, 베이비박스에 버려진 아기들을 섬긴 것이 출판사에서 행한 첫 번째 일이 되었고, 값없이 선교지에 보내는 책들을 만든 것이 두 번째 일이 되었으며 이 두 토대 위에 책을 만드는 이유들이 더욱 분명해질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앞서 나눈 자매님으로부터 출판사를 등록한 그 주에 갑자기 연락이 왔습니다. 필그림하우스에 예약을 했으니 다녀오라고요. 놀랍고 또 기뻤습니다. 사실 저도 꼭 가보고 싶었거든요. 


2019년 9월 5일, 비가 아주 많이 내린 날이었습니다. 필그림하우스에 도착하자마자 간 곳은 메디타치오 기도실이었습니다. 앉자마자 왜 그리 눈물이 나던지요. 흘릴 때마다 긴장, 염려, 아픔들이 쏟아져나가는 듯했습니다. 그런데 그때 제 안에 한 음성이 들렸습니다. "출판사 낳느라 고생 했지. 일어나 가서 미역국을 먹으렴." 이런 생각을 해 본 적도 없고 이런 음성을 들은 적도 없기에 당황스러웠습니다. 눈을 떠 시계를 보니 때마침 점심시간이었고, 저는 이상한 기분으로 식당으로 가 메뉴판을 보았는데 '굴 미역국'이 적혀 있었습니다. 제가 어떻게 한 수저 한 수저 먹었을지 그려지실까요. 저는 마치 산모처럼 차려주신 미역국을 감격하며 먹었습니다. 그런데 다 먹으니 이번에는 옥상에 올라가라는 마음을 주셨습니다. 이제는 의심보다 커진 믿음으로 올라갔고, 옥상 문을 여니 큰 무지개가 떠있었습니다.


그렇게 사흘간 저는 그곳에서 계속 놀라운 경험을 했고, 그때 열린 성령님과의 동행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그곳에서의 저의 침묵은 죽은 자를 살리시는 하나님만을 의지함이 되었고, 저의 안식은 왜 피투성이라도 살아 있어야 하는가에 대한 응답이 되었습니다. 지금 다시 돌아보니 그 따스한 은혜에 눈물이 납니다. 


그러나 다녀온 이후에 모든 것이 형통하지는 않았습니다. 어려움과 아픔, 모든 것을 중단할 수밖에 없는 긴 시간들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꼭 붙들어 굳게 세워주신 그 처음이 있었기에, 그리고 무엇보다 주님과 함께했기에 수없는 넘어짐에도 끝까지 견딜 수 있었습니다. 또한 그 여정에서 새겨진 천로역정의 메시지는 사방으로 우겨쌈을 당하여도 싸이지 아니하고 답답한 일을 당하여도 낙심하지 아니하며 박해를 받아도 버린 바 되지 아니하며 거꾸러뜨림을 당하여도 망하지 아니하는 힘을 주었습니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5년간 저는 천로역정을 품어 왔습니다. 그러나 감히 무명인 내가 이 귀한 책을 만들 수 있을까, 훌륭한 책들이 이미 많은데 또 다른 한 권이 필요할까 하며 생각을 번복하곤 했습니다. 그러다 어느 날 문득 제가 천로역정을 마음 깊이 새길 수 있었던 과정들이 떠올랐습니다. 저는 필그림하우스 순례길을 천천히 따라가면서 만나는 곳마다 오래 머물며 기도를 했고 그때 회개와 결단이 터져나왔습니다. 그래서 이를 동기 삼아 하루 동안 한 여정에 깊이 머물러 있을 때에 주실 은총을 바라고 소망하며 이 책을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심히 큰 능력이 오직 하나님께 있고 제게 있지 아니함을 고백하며 목사님께 감사함으로 이 이야기들을 전해드리고 싶었습니다. 


목사님, 저와 같이 연약한 자들이 믿음의 길을 굳게 걸어갈 수 있도록 길을 개척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리고 사랑합니다. 믿음의 유산을 지켜 주시고 이어 주셔서 정말 감사드립니다. 생명으로 인도하는 좁은 길을 끊임없이 가리키시며 저 천성을 향한 방향을 잃지 않고 담대히 나아가도록 인도해주시는 목사님께 여전히 부족하지만 삶으로 몸부림친 이 책을 전해드릴 수 있어 참 기쁘고 행복합니다. 우리 주님께 감사드립니다!


저 천성에 이르는 영광의 그날까지 강건하시고 하나님의 모든 충만하신 것으로 충만하시기를 간구드립니다. 새로운 한 해 목사님께서 품어오신 것들이, 예수의 죽음을 몸에 짊어지고 걸어오신 그 삶이 예수의 생명으로 나타나고 우리 주님의 능력의 이름으로 정렬되기를 기도하겠습니다. 귀중하고 바쁘신 사역 가운데 이 편지를 읽어 주셔서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사랑과 존경으로 

비홀드 설지원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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